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확장되면서 과세 체계 또한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 플랫폼 기반 수익, 디지털 상품 거래 등이 기존 세법의 틀을 벗어나는 방식으로 작동하면서, 국세청과 각국 조세 당국은 새로운 규제 프레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산 과세는 단순한 기술 이슈가 아니라, 세수 확보와 공평 과세, 국제적 조세 협력이라는 경제 전반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가상자산 과세의 기본 방향, 국세청의 대응 전략, 글로벌 규제 변화 흐름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세금의 미래를 살펴봅니다.
1. 가상자산 과세의 원칙과 쟁점
가상자산(암호화폐)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탈중앙화된 디지털 자산으로,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이 있습니다. 이 자산은 전통적인 금융자산과 달리 발행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실물 없이 디지털 공간에서 유통되며, 그 가치가 시장 수요에 따라 급변하기 때문에 과세 기준 마련이 어렵습니다.
한국 정부는 2023년 말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기타 소득'으로 과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수립했습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매매 차익이 연간 25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20%의 세율로 과세됩니다. 다만, 이 정책은 업계 반발과 기술적 과세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계속 유예되어 온 상황입니다.
가상자산 과세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과세 시점: 매도 시점 기준이냐, 실현손익 기준이냐
- 거래소 책임: 과세 정보 수집을 거래소가 담당할 것인지 여부
- 익명성: 탈중앙화 특성으로 인한 과세 회피 가능성
또한, NFT(대체불가능토큰), 스테이킹,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등 가상자산의 파생상품도 증가하면서, 단순 매매 외의 거래에 대한 과세 기준이 모호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세법 개정이 아닌, 전체적인 디지털 자산 분류 체계 및 과세 원칙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 국세청의 디지털 자산 대응 전략
국세청은 최근 디지털 자산 관련 과세 인프라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제 의무화 ▲거래 정보 신고 의무 부과 ▲AI 기반 과세 추적 시스템 도입 등입니다.
2023년부터 시행된 특정 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의 실명 계좌를 연동해야 하며, 주요 거래 정보를 정부에 보고할 의무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국세청은 거래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흐름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국세청은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고액 가상자산 보유자, 해외 송금 기록, 지갑 주소 분석 등을 기반으로 세무조사 대상자를 추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계좌 미신고자 ▲외화 반출 목적의 위장 거래 ▲탈세 의심 법인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I 기반 알고리즘을 도입하여, 비정상적인 가상자산 이동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시스템도 실험 중이며, 향후 블록체인 분석 전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데이터 연계 범위를 더욱 넓힐 계획입니다.
이처럼 국세청은 단순히 법령 개정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정보 수집력과 분석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디지털 자산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글로벌 과세 규제 변화와 국제 공조
가상자산과 디지털 경제 과세는 한국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미국, EU, 일본 등 주요국은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과세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가고 있으며, OECD와 G20 중심으로 국제 공조 체계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OECD는 ‘CRS(공통보고기준)’에 가상자산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CARF(Crypto Asset Reporting Framework)’를 2023년에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각국은 가상자산 거래 정보의 자동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즉, 해외 거래소를 통한 탈세 시도도 점차 어려워지는 구조입니다.
주요국 동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 IRS는 2024년부터 모든 거래소에 거래내역 보고 의무 부과
- EU: MiCA 규제 통과로, 거래소 운영 허가 및 자금세탁 방지 의무 강화
- 일본: 가상자산 수익을 ‘기타 소득’으로 분류하여 최대 55% 과세
이러한 국제 규제 흐름은 가상자산 시장에 단기적으로는 위축을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도권 편입과 시장 신뢰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 단위의 블록체인 비즈니스, STO(증권형 토큰) 발행 등은 명확한 과세 기준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 흐름에 발맞춰,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국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으며, 민간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실효성 있는 규제와 현실적 과세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 중입니다.
디지털 세금의 미래는 단순한 세율 조정이 아닌, 새로운 경제 구조에 맞춘 과세 원칙의 재설정이 핵심입니다. 가상자산과 디지털 수익이 더 이상 '회색지대'로 남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 국제 사회가 협력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세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결국 모든 경제 주체에게 신뢰 기반의 디지털 경제를 제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